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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람쐬러 훌쩍 떠난다 '일본 대마도 기행' ①-스포츠조선(2010.10.20)
등록일 2010. 10. 25 조회수 3,134
태고의 섬 속으로 떠나는 여정 속에

우리 선인들의 흔적을 찾는다



하루 이틀, 훌쩍 바람을 쐬러 나설 만한 해외 여행지가 있다. 대마도(對馬島· 쓰시마)가 바로 그런 곳이다. 부산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49.5㎞의 지근거리에 이국적 정취가 흐르는 섬이 자리하고 있으니, 뱃길로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본래 대마도는 섬의 90%가 산악지형으로, 장구한 세월 속에 원시 자연의 공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삼림욕을 즐기며 트레킹 등 청정 자연을 찾는 여정을 꾸리기에도 적당하다. 특히 다도해 절경이 펼쳐진 아소만 해역은 돌돔, 뱅에돔 등 고급어종이 서식하는 최고의 포인트로 우리 꾼들의 단골 출조지이기도 하다.

대마도의 또 다른 매력은 우리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는 점. 한반도로부터 농업 기술, 종교, 문화 등 신문물이 전해지던 창구로, 조선통신사 등 조선의 역사유적들이 또렷이 남아 문화역사기행지로도 제격이다. 대마도(일본)=글·사진 김형우 기자 hwkim@sportschosun.com



◆'가깝고 저렴한 여행지' 대마도

대마도는 우리와 정말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맑은 날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에서도 아스라히 바라다 보이는 곳으로, 대마도 북섬의 한국전망대에서도 부산을 에워싼 봉긋한 산자락을 마주할 수 있다. 일본 본토로부터 132㎞나 떨어져 있는 데 비해, 부산에서는 불과 49.5㎞거리. 그래서일까. 실제 대마도 땅을 밟게 되면 야릇하고도 아쉬운 마음이 절로 솟는다. 특히 독도와 더불어 한-일간 영토분쟁이 불거질 때마다 떠올려지는 곳이고 보니 그 감흥은 유다르다.

굳이 이종무 장군의 정벌의 역사가 없어도 일본 땅 대마도는 여행지만으로도 탐 나는 곳이다. 원시에 가까운 청정자연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마도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가까운 해외여행지라는 점이다. 부산에서 동남쪽 이즈하라항까지는 뱃길로 2시간 30분, 동북쪽 히타카쓰항까지는 1시간 40분이면 닿는다. 따라서 그만큼 짧은 시간, 저렴한 비용으로도 여정을 꾸릴 수 있다.

대마도 여행 상품은 1박 2일, 2박 3일 일정이 주류를 이룬다. 역사 탐방과 섬 관광이 주요코스로 산행 및 선상 낚시는 옵션투어가 된다.

대마도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큰 고객이다. 전체 관광객의 90%가 한국인이고 보니 여행에 불편이 따르지 않는다.

대마도 역사 유적탐방..선인들의 자취를 찾아

▶선인들의 자취를 찾는 '역사문화탐방'


<대마도 수선사 경내에 세워져 있는 최익현선생 순국비.>

대마도는 본래 척박한 땅이다. 때문에 원주민들은 식량을 주로 한반도에서 구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와 사이가 좋을 때에는 무역상으로, 관계가 허술해지면 왜구로 돌변, 노략질에 나섰다. 이게 우리와 대마도와의 지난 역사다.

아울러 대마도 도주는 일본 본토 막부정권과 한반도 조정 사이 가교역할을 해야 했다. 때문에 대마도 곳곳에는 우리 선인들의 옛 자취가 남아있다.

통신사 행렬을 맞이하던 고려문이며, 조선통신사의 비, 조선통신사의 숙소였던 국분사, 조선통신사 행렬을 표현한 타일 장식 등이 대표적이다.


<덕혜옹주 결혼 기념비>

조선통신사는 양국의 우호증진을 위한 외교사절단이었다. 조선 조정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통신사 파견(1607~1811년)에 신경을 쏟았다. 전후에는 양국 평화와 포로-유민 송환, 일본의 동정 파악을 위해서였고, 이후 우리의 선진 문화를 전달하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

조선통신사 유적 중 조선 통신사가 묵던 국분사에는 일사능약의 초안을 작성한 후쿠본쇼타로의 묘가 있다. 묘비의 글씨는 마침 을사오적 이완용의 친필로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이즈하라항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 수선사에는 항일운동 중 대마도에 유배돼 단식투쟁으로 순국한 면암 최익현 선생의 순국비('대한인최익현선생순국지비')가 세워져 있다. 수선사는 순국한 선생의 시신이 부산으로 이송되기 전 나흘간 머물렀던 곳으로, '내 목을 자를지언정, 내 머리털은 자를 수 없다'는 선생의 꿋꿋한 기개가 서려 있다.

이즈하라에는 비운의 황녀, 덕혜옹주의 유적도 있다. 고종의 딸로 태어나 1931년 5월 대마도주 종무지(소다케유키)와 신문화교육이라는 미명하에 강제 결혼케 된 옹주의 결혼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이밖에도 대마도 북섬 끝에는 우리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한국전망대가 세워져 있고, 곁에는 1703년(음력 2월 5일)에 108명의 목숨을 앗아간 조난 사고를 추모하는 '조선국 역관사 조난위령비'가 서 있다.
김형우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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