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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4회 대마도 여름소설학교 성료]'자연은 우리 상상력의 보고'-부산일보(2005.8.3)
등록일 2005. 08. 04 조회수 2,169
42명 작가·독자들 참여

푸른 야생 속에 '흠뻑' 마지막 밤 뜬눈 밤샘


부산소설가협회(회장 이복구)의 제24회 여름소설학교는 42명의 작가 독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달 30일~1일 2박3일간 일본 대마도에서 열렸다. 대마도는 야생의 숲으로 무성했으며 참가자들은 그 푸른 야생 속에 흠뻑 젖어들었다. 푸른 야생은 차라리 문학의 향기였으며,그것은 글쓰기를 향한 자유로운 정신이었다.
이틀을 묵은 대마도 북쪽의 미우다해수욕장은 저쪽 길쭉한 곶 너머의 거친 해협과는 달리 호수처럼 맑고 잔잔했다. 파도 소리는 한가롭게 철썩거렸고,물빛은 옥색으로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인적은 아주 드물어 해안에 접해 솟은 암석이 외롭게 보였고,그 위의 소나무 한 그루는 더 외롭게 보였다. 밤이 되자 낮은 파도소리만 남기고 천지는 암흑으로 뒤덮였는데 밤 9시께 소설가 이복구 전용문 문성수 박명호 이상섭은 나신으로 물속에 뛰어들어 첨벙거렸다. 그 알몸들이 암흑 속에서 이따금씩 불빛처럼 희미하게 깜빡거렸다. 물속에 뛰어들었던 이복구 회장은 "아,참으로 찬란한 밤이다"라며 감탄했다. 그날 밤에는 최근 북한에서 열린 남북작가대회를 다녀온 시인 권경업이 장장 4시간여에 걸쳐 새벽 4시까지 장대한 '설(說)'과 '구라'의 보고대회를 가지기도 했다.

다음날 새벽 일찍부터 미우다해수욕장을 제 영역으로 삼고 있는 솔개 세 마리가 위협적으로 공중에서 선회하고 있었다. 공중의 솔개와,짖어대는 듯한 까마귀들,나뭇가지 사이에서 깨어나고 있는 각종 새들의 울음 소리,덤불 속의 풀벌레 소리,모기들,그리고 몇백 년 묵은 후박나무와 그 밑에 나무의 정령을 모신 곳이 인간을 아주 작게 만들었고,생명의 갖가지를 웅변하여 보여주고 있었다. 소설학교 강의 전에 참가자들은 바다 속에 또 뛰어들었다. "학공치 새끼가 보인다"고 소리치던 권경업 시인이 낙지를 잡았고,소설가 전용문은 "소주 한 병 반을 마실 수 있는 안주거리"라고 추임새를 넣다가 "그냥 풀어주자"라고 해 낙지를 바다에 놓아주었다. 새벽의 보고대회에 이어 공식 행사가 시작됐다. 해변의 가설물에서 이재봉 부산대 교수가 '이산과 혼성,경계의 재일 한인 문학'이란 주제로 강의를 했고,이어 소설가 조갑상 경성대 교수가 작품 속에 대마도를 묘사한 안회남의 단편 '섬'을 소개했다. 솔개가 해변을 오가며 유유히 날아다녔고,해가 중천으로 오를수록 매미의 소리는 사납고 맹렬해져갔다. 많은 사람들이 눈 시린 물속으로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김광자 시인은 과감한 비키니 차림이었고,동화작가 한정기는 수영 실력을 뽐냈지만,수영을 못하는 이들은 못하는 대로 천진난만하게 놀았다. 지천으로 널린 성게,소라,작은 고둥을 낚는 조도 있었고,대나무 낚싯대를 만들어 미역국을 끓일 정도로 물고기를 낚아올린 조도 있었다.

밤 9시께부터 소설가 이상섭의 사회로 진행된 캠프파이어는 절정이었다. 마지막 밤의 아쉬움은 쉼없는 웃음소리로 이어졌고,소설가 김성종의 뒤뚱거리는 곰춤은 일품이었다. 이 날의 자리도 시간이 모자라는 듯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한편 여름소설학교 참가자들은 대마도 남쪽의 이즈하라에 도착한 뒤 상·하 대마도를 잇는 다리인 '만제키바시',다도해의 절경 아소만을 전망하는 '에보시타케 전망대',해궁(海宮)인 와타즈미 신사 등도 두루 둘러보았다. 이복구 회장은 "자연이 상상력의 보고임을 우리 작가와 독자들은 이번에 더욱 실감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마도=최학림기자 theos@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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