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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시마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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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 향해 쭉쭉 뻗은 원시의 숲, 타박타박 시간 속을 걷다
등록일 2011. 10. 11 조회수 7,029
쾌속선이 부산항을 신나게 빠져나가며 해방감이 마구 몰려온다. 배 여행에는 비행기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 자유로움이 있다.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시원한 맥주 한 캔을 청했다. 아쉽게도(?) 1시간 남짓의 짧은 항해로 대마도 히타카쓰(比田勝) 항에 도착했다. 외국이 이렇게 가까워도 되나 싶다.

대마도는 원래 하나의 섬이었지만 1900년 일본 해군이 함대의 통로로 운하를 뚫는 바람에 상대마와 하대마로 나누어졌다.
히타카쓰 항이 상대마의 관문. 하지만 그동안은 하대마의 이즈하라 항이 대마도의 관문으로 주로 이용돼 히타카쓰는 조용한 시골 마을 분위기를 여태 간직하고 있다. 히타카쓰에서 이즈하라까지는 차로 2시간 30분이나 걸린다.

뱃길이 새로 열리며 지금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대마가 드디어 전면에 나서게 된 셈이다. 궁금한 상대마의 속살을 직접 걸어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일본이 원산지인 편백나무가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올랐다. 대마도의 '편백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에 몸도 마음도 맑아진다.

편백나무·삼나무 숲길로…

'편백나무 숲길'로 차를 몰았다. 56번 도로를 따라 니타(仁田)로 들어가자 길 양쪽으로 편백나무 숲이 나타났다. 이걸 보고 그대로 차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이런 길은 모름지기 걸어 주어야 한다.

일본이 원산지인 편백나무, 고향에서 쭉쭉 참 잘 뻗었다.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오른 위용을 좀 보라. 보기만 해도 가슴이 후련해진다. 거수경례를 붙이는 호위병 같은 편백을 차례로 지나쳐간다. 편백이 내뿜는 상쾌한 향이 온몸을 적신다. 모든 침엽수는 기본적으로 피톤치드를 많이 함유했지만 편백의 피톤치드는 그중에서도 최고란다.

집 나가면 고향 생각이 난다더니 두고 온 편백도 생각이 났다. 지난 7월에 개방했지만 북새통을 이루는 바람에 방문 예약제로 바뀐 양산 법기수원지의 편백 말이다.

일본의 나무 사랑만큼은 인정해야겠다. 일본의 전통 건축은 편백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허가 없이 편백을 베면 엄히 처벌했다. '편백 한 그루에 목숨 하나'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단다.

한쪽에서는 편백과 친한 삼나무 숲도 이어진다. 삼나무 역시 원산지가 일본이랬다. 삼나무가 집단을 이룬 모습이 이번에는 마치 미녀들이 쭉쭉 뻗은 다리의 각선미를 자랑하는 모습 같다. 이 미녀들은 버섯도 키워주고 방풍림 역할도 한다.

대마도 사람들은 태풍이 온다는 소리를 들어도 삼나무 덕분에 편히 잠을 잔다니 여러 모로 고마운 나무다. 이렇게 태풍을 막아내다 그만 무릎을 꿇고 꺾인 삼나무도 보인다. 계획 간벌을 철저히 해서 곳곳에서 편백나무, 삼나무를 베어낸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곳에서는 소나무조차 편백과 삼나무에 물이 들어서인지 곧고 길게 뻗었다. 게다가 솔방울까지 엄청나게 크다. 나무 구경에 정신이 팔려 니타댐까지 5㎞ 구간이 금세 끝났다. 시간을 보니 1시간가량이다.

얼마 전에 울릉도 둘레길과 제주도 한라산 둘레길을 걸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비교를 하자면 대마도는 세련되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이 훨씬 강하다.


삼나무 숲에서 버섯을 키우고 있다

수령 1천500년의 은행나무

편백과 삼나무 다음으로 은행나무가 보고 싶었다. 대마도의 긴(琴)에는 '장수 은행나무'가 유명하다. 초쇼지(長松寺) 경내의 이 은행나무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1천500년을 자랑한다.

이 은행나무는 둘레가 14.2m, 높이는 약 40m에 달한다. 1798년 낙뢰로 불이 나고, 1950년 태풍으로 기둥나무가 부서졌지만 놀라운 생명력으로 지금도 여전히 성장을 계속하고 있단다.

이 고목 속에 들어가 보니 대마도의 파란 하늘이 보인다. 은행잎이 모두 노랗게 물들면 얼마나 멋질까. 은행나무는 불교의 전래와 함께 한반도를 통해 들어와 일본 각지에 퍼졌다고 한다. 나무는 그동안 사람들이 사랑하고 싸우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을 것 같다.

'소바도조'라는 메밀국수집에서 갔다가 소바가 전래된 유래에 대해 벽에다 붙여놓은 글을 발견했다. '소바는 중국 남부가 원산지로 중국 북부로부터 한반도를 거쳐 조몬 시대 후기 일본 최초로 대마도에 전래됐다. 지금도 대마도에는 대마소바라는 맛있는 소바가 있다.' 대마도는 모든 문화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가는 통로였던 모양이다.


붉게 물든 슈시 강변의 단풍

긴에서 39번 도로를 따라 올라가자 숲 사이에서 광장이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슈시(舟志)까지 '단풍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슈시 강변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강 수면에 비치는 단풍의 붉은색과 전나무의 청량한 초록색 대비가 기가 막히단다. 그래서 이 길을 '단풍 가도'라 부른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11월 초에서 중순 사이. 매년 11월 13일에는 단풍축제도 열린다.

일부 성급한 단풍나무는 빨갛게 물이 들었지만 단풍철은 아직이다. 매미가 울고 초록이 지배하지만 세상이 바뀔 날은 머지않았다. 슈시 강 주변으로 7㎞를 걸으며 머릿속으로 색깔을 한 번 바꿔보았다.

이 단풍나무들이 모두 물이 든다면 어떤 모습일까. 산불이라도 난 것 같지 않을까.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고 했다. 가을바람에 울적한 백거이는 '취한 내 모습 서리 맞은 단풍/발그레하지만 청춘은 아니라네'라며 한숨지었다.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우리나라는 단풍을 보려는 인파에 온 산이 몸살을 앓는다. 게다가 올해 우리나라는 늦더위로 단풍이 늦게 들고 일찍 져 절정기간이 짧아질 전망이다. 대마도라면 느긋하게 단풍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단풍을 본 뒤 온천에 몸을 담그고 술이나 한잔하면 좋겠다.


와타즈미 신사의 도리이가 밀물의 바닷물에 잠겼다.

최북단 전망대 "부산 보이네"

바다의 신을 모신 해궁인 와타즈미 신사의 도리이(鳥井)가 바닷물이 들어와 잠긴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신화의 세계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대마도 최북단인 한국전망대에서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부산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불꽃축제가 열리는 부산을 찍은 사진은 놀랍도록 생생했다.

경관이 빼어난 일본식 호텔 카미소(www.kamiso.jp)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야심한 밤에 한국전망대로 차를 몰았다. 실은 사파리 투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가는 길에 멧돼지, 오는 길에 사슴 한 마리씩을 목격했다. 대마도는 원시가 살아있는 섬이다.


대마도에는 싱싱한 회가 넘쳐난다. 먹음직스러운 전복회.

대마도에는 생선회가 흔하다. 대마도에서 중요한 행사가 열릴 때 주로 찾는 '모모타로'(0920-86-3907)의 회, 전골, 메밀국수는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대마도에서 자란 메밀로 만든 메밀국수는 아주 담백하다. '소바도조(0920-84-2340)'에서는 메밀국수 만들기 실습까지 가능하다.

그 밖에도 모닥불로 달군 돌 위에 어패류 등을 구워 먹는 이시야키, 토종닭을 이용한 전통적인 전골인 이리야키가 먹어볼 만하다. 고구마로 만든 국수인 로쿠베도 별식으로 유명하다.

대마도=글·사진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찾아가는 길

대마도 가는 길이 다양해졌다. 종전처럼 매일 1편(토요일 2편) 운행하는 대아고속해운의 '씨플라워'를 이용할 수 있다. JR규슈고속선㈜의 비틀호를 이용해 대마도 히타카쓰항으로도 갈 수 있게 되었다. 매일 1편, 토·일요일에는 2편으로 증편 운행. 1시간 10분 소요. 운임은 편도 7만 5천 원으로 전문대리점을 통하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대마도 전문 여행사 '으뜸문화항공(www.daemado.kr)'은 대마도 편백나무 숲길, 단풍나무 숲길을 '갈레길'로 이름 붙이고 비틀을 이용한 여행 상품을 내놨다. 10월 한 달간 비틀 취항 특가로 당일(13만 9천 원), 1박 2일(26만 9천 원부터), 2박 3일(38만 9천 원부터) 상품이 있다. 051-441-4001. 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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