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섬(대마도)에 가족과 함께 피서를 온 조경화(37·부산)씨는 “우리나라의 한적한 어촌 마을에 놀러 온 것 같은 기분”이라며 “등산을 좋아하는 남편은 남편대로, 해수욕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초밥을 좋아하는 나는 나대로 가족 모두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쓰시마섬에 온 대학생 김아무개(20)씨는 “놀이시설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우리 조상들의 유적이 곳곳에 있어 많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쓰시마섬에는 신라시대의 박제상, 조선 말 의병을 일으킨 최익현이 숨진 곳 등 역사 유적이 많다. 우리나라 사투리도 들을 수 있고, 농기구 사용도 비슷하다.
쓰시마섬에는 매일 낮 12시 동요 <고향의 봄>이 섬 전역에 울려퍼진다. 오로지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서비스다. 1990년대 중반부터 정오를 알리는 노래로 동요 <우리나라 꽃>을 사용하다, 몇년 전부터 한국인들에게 더 친숙한 <고향의 봄>으로 바꿨다. 이 노래를 듣는 한국인 관광객은 쓰시마섬에 친근감을 갖게 된다.
쓰시마섬이 한국인들의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쓰시마섬 인구는 7월 말 현재 3만8056명으로 2000년 말 4만1230명에 견줘 3천명 이상 줄었다. 섬을 떠나는 사람은 거의 없으나, 핵가족화로 태어나는 사람이 사망자 수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65살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6%를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다.
이 때문에 쓰시마섬은 주 산업을 수산업에서 관광업으로 바꾸기로 하고, 한국 관광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도로표지판에 한글을 함께 쓰고, 식당 메뉴판도 한글과 일본어를 병행하도록 했다. 2003년에는 쓰시마고등학교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국제문화교류반도 개설했다. 같은 해 5월에는 쓰시마섬 부산사무소가 문을 열었고 2005년부터는 버스업체에 보조금을 줘가며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관광셔틀버스를 운행하도록 조처했다.
조선통신사의 대마도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64년부터 여름마다 열리던 ‘이즈하라항 축제’는 88년 ‘쓰시마 아리랑축제’로 이름을 바꿔, 한국무용단을 초대하는 등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쓰시마섬의 이런 노력은 한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쓰시마섬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부산~쓰시마섬 정기 여객 항로가 개설된 2000년에는 9천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만2천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7월 말 현재 3만683명으로 연말이면 5만5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쓰시마섬 전체 인구보다 더 많은 한국 관광객이 찾는 셈이다. 일본 방문 때 비자 면제, 경부고속철도 개통, 주 5일제 시행 등도 쓰시마섬 관광객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조상들의 발자취를 살펴보려는 역사탐방객과 낚시꾼들이 관광객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등산, 해수욕, 자전거 여행 등 방문 목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단체 수련장이나 학생들 수학여행지로도 애용된다.
이 때문에 ㈜대아고속해운은 현재 부산~쓰시마섬 항로에 1척의 여객선을 운항하고 있으나, 10월 초부터 300석 규모의 쾌속선 1척을 더 투입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주 6차례에서 평일 1차례, 주말 2차례 등 주 9차례로 운항횟수가 늘어난다. 부산~쓰시마섬(항구 2곳)은 현재 1시간40분~2시간40분 걸리는데 10월부터는 20분 정도 단축된다.
백석기 대아고속해운 상무는 31일 “당일 관광도 가능할 만큼 가까우면서 사시사철 볼거리가 있는 것이 쓰시마섬의 강점이자 매력”이라며 “쓰시마섬의 관광 개발 성공 사례는 우리나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쓰시마/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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