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시타케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소만 풍경
매년 이맘때면 여름 휴가를 어디서 보낼지 고민에 빠진다. 해외로 나가자니 돈과 시간이 모자라고, 국내에 머물자니 색다른 여행지가 눈에 띄지 않는다. 쉽게 해답이 안 나온다면 대마도(쓰시마)는 어떨까. 대마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울 뿐 아니라 경비도 저렴한 해외 여행지 중 하나다. 최서북단인 사오자키에서 부산까지는 겨우 49.5㎞ 떨어져 있다. 부산에서 대마도 서남쪽 이즈하라 항까지는 뱃길로 2시간30분이고, 동북쪽 히타카쓰 항까지는 1시간40분 정도면 닿는다. 거리가 가까운 만큼 여행 상품도 대개가 1박2일이나 2박3일이다.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왕복 배삯만을 따지면 13만원 정도여서 제주도 왕복 항공권 가격보다 싸다. 숙식과 교통편을 엮은 여행 상품도 1박2일에 20만원 대다. 맘 맞는 친구 몇몇이 돈을 추렴해 차량을 빌려 돌아다닌다면 이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여행할 수도 있다.
한일 간에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질 때면, 대마도는 발끈한 우리나라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일본 시마네현에서 ‘독도의 날’을 조례로 제정한 지난해 초에는 경남 마산시 의회에서 ‘대마도의 날’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이같이 일본 측 ‘독도 도발’의 맞대응 카드로 대마도가 등장하는 것은 일본 본섬의 후쿠오카에서는 138㎞ 떨어져 있지만 부산에서는 지척인 데다 ‘세종실록’이나 ‘동국여지승람’ 등 옛 문헌에 대마도가 경상도에 속한 것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가 판매하는 대마도 여행 프로그램도 최익현 순국비나 고종의 딸인 덕혜 옹주의 결혼기념비 탐방, 한국 전망대 등 유독 국내 역사나 문화와 관련한 것들이 많다.
이같이 지리적·역사적으로 우리와 가깝지만, 대마도에는 일본 여행에서 맛보아야 할 매력이 부족함 없이 갖춰져 있다. 일본의 다른 유명 관광지 못지않게 그들 특유의 풍광과 독특한 전통문화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우리의 문화와 역사는 드러나지 않은 채 곳곳에 숨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마도를 찾는 여행객들은 크게 두 부류다. 대학 교수나 역사학자들은 최익현 선생 순국비, 역사민속자료관의 조선통신사 비와 고려문, 조선통신사 관련 유물이 보관된 반쇼인(萬松院), 조선 역관사 조난 위령비 등 우리 역사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역사와 문화 탐방은 대개 유적이 몰려 있는 이즈하라 인근에서 이뤄진다.
순전히 여행이 목적인 이들은 대마도의 자연에 빠진다. 울릉도보다 10배나 넓은 대마도는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섬. 면적만 치자면 제주도의 절반도 안 되지만, 길게 뻗은 리아시스식 해안선의 길이가 자그마치 915㎞로, 제주도 해안선(386㎞)보다 두 배 이상 길다.
해안선이 길다 보니 낚시꾼들이 꽤 몰리고, 미우다 해수욕장 등 곳곳에 있는 조그만 해변을 즐기려는 이들의 발길도 잦다. 섬의 89%가 울창한 숲이어서 아유모도시 자연공원 등 어디를 가나 삼림욕을 할 만한 곳이 널린 것도 대마도의 특징. 여기다 이즈하라 항 언덕에서 대마해협 오징어잡이 어선의 불빛(이사리비·漁火)을 보며 무료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이사리비노유’, 바다를 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나기사노유’ 등 많지는 않지만 일본 여행하면 먼저 떠오르는 온천도 즐길 수 있다.
목적이 어떻든 대마도를 돌아보려면 이즈하라에서 각 마치(町)의 중심 시가지를 거쳐 히타카쓰까지 남북으로 연결하는 382번 국도를 이용하게 된다. 주요 도로인 이 길을 제외하곤 노폭이 좁고 경사와 굴곡이 심해 울릉도를 떠올리게 한다. 길을 따라 늘어선 조그만 산과 숲은 강원도를 닮았고, 주요 도로에서 벗어나 바다 쪽으로 나가면 제주도의 물빛을 쏙 빼닮은 해안이 펼쳐진다.
대마도를 찾을 마음이 생겼다면 역사를 좇을지, 자연을 즐길지 제대로 정해야 한다. 대마도에서 2년째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는 정은주(26·여)씨는 “대마도를 찾는 관광객의 90%가 한국인”이라며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유적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만족도가 높지만, 일반 여행객은 대마도의 산과 물에 반해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대마도=글·사진 정재영, 그래픽 박현정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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